2014.11.30 23:40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이 책에는 20대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답과 현실적인 조언 그리고 적당한 비유와 예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직접 김난도 작가님과 대화하고 목소리를 듣는듯한 친근한 문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책을 고3 겨울 방학 때 오빠가 선물해줘서 읽어본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고3때 읽을 땐 나도 이런 고민을 하겠지 하며 지례짐작으로 읽었지만 지금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읽으니 뭔가 꽉 막혔던 무언가가 조금씩 풀려가는 기분, 그러니까 길을 헤메일 때 이정표를 만난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 또한 김난도 작가의 제자들처럼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유를 몰라 답답했다. 그런데 김난도 작가가 그 이유 3개를 정확히 짚어주었다.
첫째로는, 12년간의 유일한 목표였던 대학 진학이란 목표를 달성했고 그와 동시에 유일한 목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능 보고 나오던 날 내가 느꼇던 허무함이 그런거였나 보다.
둘째로는, 수능이란 현실에 쫓겨서 10대에 당연히 했어야 했던 고민들을 할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고 복잡한가 보다.
셋째로는, 평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오면 해결 될 줄 알았지만 막상 그렇지만은 않으니 힘들었던거다.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
이유를 알고 나서도 불안하기만 한 나에게 김난도 작가는 ‘그러나 너무 괴로워 하지 말라. 이 불안을 동력으로, 그대는 때로 우연에 기대라.’고 위로와 조언을 해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부분이다.
나는 다른 학과에 비해 비교적 미래가 확실히 정해진 학과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미래와 진로에 대해 불안했다. 다른 학교로 다시 입학 하면서 내가 원하는 학과에 들어왔으니 잘 할 수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본 우리 학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공부도 너무 어렵고 생소하고 학점도 안 나오고 집에서 생활하다가 막상 나와서 생활하니까 몸도 마음도 지쳤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내 적성에 맞는지, 끊임없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열망은 힘이 세다.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열정과 보람을 기준으로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좁고 험난한 길을 사서 가는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우뚝 서 있다. 매 순간 가장 합리적으로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 모인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열망의 힘 때문이다.’ 이 구절과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며 시대의 요구에 맞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학벌이나 스펙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학벌의 열등감을 전과를 통해 치유하겠다고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럴것이라면 차라리 목표하는 학과의 대학원으로 진학하라.‘ 이 구절을 읽고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6년 동안 열망하던 간호과에 왔다. 수능을 망쳤지만 기적처럼 붙었다. 6개월간 해왔던 고민이 해답을 얻은 것처럼 해결되는 기분을 느꼈다.
“부러우면 그게 지는거다.”
우리가 흔히 별 생각 없이 사용했던 저 말에서 김난도 작가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 묘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 또한 질투, 자기 합리화, 열등감을 감추고 쿨한척 하기 위해 부러우면 지는 거란 말을 자주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질투하는 대신 선망하라. 타인의 성취를 인정하라. 설령 그의 성공에 문제가 많아 보일지라도 그대는 오히려 그에게서 존중할 만한 점을 애써 찾아, 그것을 배워라. 한껏 부러워해라. 그래야 이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보고도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지는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투심으로 남의 성공을 깍아내리려 한게 부끄러워짐과 동시에 한 단계 더 성숙해진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라”에서
무딘 날로 계속해서 나무를 베고 있는 어리석은 나무꾼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젊은 그대들에게 부족한 것은 스펙이나 학점, 자격요건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성찰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좋은 학점과 어학점수, 다양한 인턴과 연수 경험을 쌓느라고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공부방법이나 시간을 활용하는 태도와 방법은 적절한지,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위해 그 스펙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많은 이들이 친구들이 다 하니까, 부모님이 권해서, 그냥 놀자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각종 공모전을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고, 연수를 떠난다. 확고한 목표의식과 적절한 방법론을 갖추지 못하면 어떤 노력도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그간 내 모습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학점을 잘 받아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과제를 하고 남들도 다 하니까 괜히 불안해져서 공부해 왔던 것이다. 내 공부 방법은 돌아보지도 않고 오로지 학점과 스펙을 쌓을 궁리만 해왔던 것이다. 이러니 학점이 잘 나오지도 않고 공부도 재미없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잃어버린 초심을 다 잡고 공부 방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의미 있는 부분이다.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김난도 작가는 이 부분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대는 지금 어느 마른 우물 안에서 외줄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힘이 없으며 올라가기는커녕 여기서 버틸 힘도 바닥난 상태다. 아래는 어두워 바닥이 보이지 않고 이 줄을 놓치면 저 깊은 바닥 아래로 떨어져 온몸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아 무섭다. 힘은 점점 빠져 오는데 여기서 탈출할 방법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나라면 계속 울기만 하면서 줄을 놓지도 못하고 계속 메달려 있을것 같다고 생각 했는데 작가는 너무도 쉽게 줄을 놓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깊은 바닥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닥이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는다고 인생에서 온몸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깊은 바닥이란 많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도 나온다.
‘추락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마라.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다구나 그대는 젊지 않은가? 어떤 추락의 상처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잇다고 했다. 자신 잇게 줄을 놓아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날개를 펼치고.’
이 부분에서 나는 이때껏 포기한다는건 의지가 없고 나약한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던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포기하는 것이 항상 비겁한 것은 아니며 틀린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뜻 깊은 부분이다.
그리고 올바른 포기에 대한 방법을 배웠다. 포기하는 대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날개를 펼치는 것. 아마 이 부분의 핵심은 그것이 아닐까 싶다.
“그 한 사람이 그대의 커다란 바다다.”
이 부분은 ‘어장관리’에 대한 김난도 작가의 날선 비판이 담겨 있었다.
어장관리라는 것은 사랑의 용기와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일축해버린다. 그런 사람을 만나거든 가차 없이 떠나라고, 어장관리를 하고 있다면 헛된 꿈에서 빨리 깨어나라고 조언해 준다.
“사랑 따윈 필요 없어 2.0”
작가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한다.
‘그대는 이것저것 다지지 않고,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 나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 숨 막히는 그 매력만으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를 사랑할 수 있는가?’
솔직히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것 같다. 그렇게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도 들었다.
‘나는 말하고 싶다. 청춘은 그럴 수 있다고, 적어도 청춘은 그래야 한다고. 사랑을 할 것이거든, 온몸을 던져 사랑하라.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도 이리저리 계산하는가? 연애감정은 청춘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렬하고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이다. 그 감정을 경함하지 않고 어떻게 예술을 알고, 학문을 알고, 인생을 알려고 하는가? 젊은 그대가 해야 하는 수많은 경험 중에서, 역시 으뜸은 사랑이다. 다른 어느 글에선가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라고 말할테지만, 사랑에서만큼은 예외다. 온몸을 던져 사랑하라.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하라.’
그러나 그 다음 페이지에서 이런 부분이 나온다.
‘사랑이란 서로를 완성시켜가는 관계다. 거울 같은 것이다. 그 사람을 통해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만약 그 사랑이 “관계를 위한 관계”에 빠져 자아의 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방에 투사된 자기애의 변형일 뿐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그 사람을 사랑하나고 하면서 실은 “누군가를 그렇게도 사랑하고 있는 로맨틱한 감정에 놓인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냉철하게 물어라. 그대의 연인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대인가, 혹은 그이 자신인가? 다시 물어라 그대가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인가 혹은 그대 자신인가? 그대가 사랑하는 것이 결국은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최선의 자기, 최선의 상대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라. 결국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 사랑 따윈 필요 없다.’
정말 역설적이지만 많은 것을 전달해 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김난도 작가는 그 결론을 여기 적지 않을거라고 이야기한다.
그 어떤 PART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고,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고 읽게 돼서 다행이라고 느낀 부분이다.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 대하여.”
읽다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의미 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를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란 식의 변명으로 감싸지는 말라. 세상에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것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성장에 꼭 필요한 양분인 “시간”을 빼앗는 일이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 그냥 때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존재의 두께는 얇아진다. 무의미한 반복이 계속되는 취미, 혹은 시간 때우기를 당장 그만둬라.’
놀랍도록 정확하고 냉정한 지적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나는 그냥 핸드폰이나 하고 티비나 보고 멍 때리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면서도 맨날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이런 핑계들로 회피하려고만 했었다.
앞으로 잠깐이라도 TV를 끄고 휴대폰을 놓고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PART를 읽으면서 나는 김주연 교수님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학기 초에 교수님이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던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난도 작가님은 작가님 나름대로 ‘1만시간의 법칙’을 ‘1-1원칙’으로 경험하신듯 하다. ‘1-1 원칙’이 무엇이냐면 ‘하루에 1시간씩 1년간 투자하면 무엇이든 꽤 잘할 수 있게 된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연습하는 자와 저축하는 자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연습과 저축은 모두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 감수는 1만 시간처럼 무지막지한 양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대도 한번 실천해보지 않겠는가?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렵지만 꾸준하고 끈기 있고 성실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앞으로는 ‘1-1 원칙’에 따라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네가 내린 결정으로 삶을 인도하라.”
‘백보 양보해서 설령 엄마의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대가 엄마를 넘어서야 하는 당위는 분명하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크고 작은 만족과 슬픔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이것을 감내 하는 것은 결국 오롯이 나다. 희로애락으로 촘촘히 짜인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내가 내린” 결정이어야 한다. 엄마를 넘어서라. 명심하라. 지금부터는 엄마가 그대의 가장 큰 적이다. 이제 엄마라는 목발을 놓고, 힘들더라도 그대의 발로 단단히 서라. 처음에는 엄마의 부재에 나 홀로 남은 불안이 엄습하고, 금단현상마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발짝, 한 발짝 자신의 걸음을 걸어야 한다. 그 경주의 끝에 비로소 온전한 그대가 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뉴스에 나오는 극성적인 부모님도 아니셨지만, 나 역시 부모님의 뜻에 따라 포기한 일도 있고 엄마가 해주는 일들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요즘은 자취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장 엄마가 없어진다고 하면 불안하다. 자취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결혼하기 전까지도 스스로 밥을 차려 먹지도 않았을 것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본적도 없었을 거고 곰팡이 제거도 해본 적 없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답답하기만 하고 불안하기만 하던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조금은 성숙해 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김난도 작가가 나를 어른 아이에서, 찌질한 알파걸에서 조금은 끌어내 준 것 같다. 감사하다.
그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서 자상하게 이야기를 들어준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불안의 이유를 알게 되서 감사하고, 조금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나의 모든 고민들이 당장 해결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누군가 나의 고민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치유 받고, 누군가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준 것 같았다.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된 것은 이 책의 내용뿐 아니라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이런 고민을 해왔고, 다들 나름의 해답을 얻고 살아가고, 그 해답을 나눠줄 썩 괜찮은 어른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을 알게 되어서 감사하고,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