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브렌트 이야기 - 해리엇 제이콥스 >

 

 얼마 전 ‘헬프’라는 영화를 보게 된 적이 있었다. 백인 여류 기자가 흑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그야말로 세상에 용감한 고백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냉혹한 대우와 무시, 같은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나도 주인공과 같이 주먹을 꽉 쥐고 울분을 내질렀더랬다. 마지막에 책이 출간되면서 흑인들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조금은 개선된 것을 보고 통쾌해 하였지만, 엔딩을 알리는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내 마음 속을 맴도는 의문이 있었다. 이것은 단편적인 영화일 뿐이고, 그렇기에 흑인들이 겪어야만 했을 수모는 반도 채 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더 참혹한 일을 당하여만 했을까? 영화 속 흑인 가정부들이 주인공에게 인터뷰를 허락하는 일이 그들 목숨을 내놓는 것처럼 보였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이 후 어느 날, 책꽂이를 뒤지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 흑인 소녀의 자서전’ 이란 문구가 눈길을 끌기도 하였지만, 표지 속 목화 몇 송이를 손에 쥔 가녀린 소녀의 실루엣을 보고서 이건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들게 하였다.

 

 역사를 배운 사람 치고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링컨은 본래부터 노예제 폐지론자는 아니었고 노예들에 대해 큰 사회의식 같은 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선언이 남부 지역의 대규모 농장에서 착취당한 흑인노예들의 권리를 향상시켜준 것은 사실일 것이다.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이후에도 흑인을 노예 상태로 두고서 백인의 기득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체계적인 차별이 지속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노예 해방 선언 이전의 흑인 노예들은 그저 백인들의 재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노예 장사는 장사꾼들에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으며, 플랜테이션 농업은 흑인 노예를 매우 경제적 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시작된 미국에서의 흑인 노예들의 삶은 대농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백인 주인을 위해 일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 중 흑인 여성 노예는 그렇지 않아도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더욱이 핍박을 받아야 하였다.

 

 

 책의 주인공인 린다 브렌트 또한 노예 신분의 소녀였다. 그 것은 그녀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님, 그리고 그 부모님, 그리고 그 부모님 때에서 전해내려져 왔을 속박의 굴레나 다름없었다. 아마 그녀의 피부가 기적처럼 하얗게 변하지 않은 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도 하였다. 그녀는 그녀와 똑같은 운명을 지닌 이웃과 가족들이 하나의 전리품, 상품으로 팔리고 팔려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자란다. 언제가는 그녀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미래를 느끼며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주인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성적 괴롭힘을 시도하여도 철저히 몸을 지켜내고,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다뤄주고 사랑해주는 남자의 아이를 낳음으로서 하나의 여성,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자기애를 새롭게 다진다. 마치 린다의 모습은 용감하면서도 처절하고 악습에 대해 도전하고 반항하는 혁명자의 모습과도 같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행동은 감히 노예 주제에 주인에게 반항하려 드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고 때문에 린다는 자신으로 인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린다는 자신이 자유주로 도망을 쳤다는 소문을 내고 약 7년여를 숨어지내게 된다. 다름 아닌 플린트가 존재하는 마을 안에서 말이다. 할머니 집의 좁은 천장 속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숨을 죽인 채 긴 시간을 벼텨내야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1초가 1시간 같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하는 일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무사하길 바라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고 싶다는 열정하나로 아이들이 자유의 몸이 되길 기다리는 그 모습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결국, 그녀의 남편이 아이들의 몸값을 지불하고 자유를 되찾아주었을 때 그녀 또한 비로소 마음의 자유를 찾고서 가족들과 함께 자유주로 도주하게 된다.

 

 흑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배척당하고, 백인보다 하등 아래로 여김당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사회 속에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어머니로서의 모성을 지키는 것은 분명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나의 상품에서 하나의 인격체가 된 그녀가 이후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는 더 이상 책에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나는 분명 그녀가 예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린다 브렌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우리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의식 밖에서 차별을 행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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