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1 17:55
꾸뻬씨는 현명했다. 꾸뻬씨는 감히 행복을 정의하고자하는 골치 아픈 여행을 감행하지 않고,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찾는 생각 싸움보단 관찰로 생각 할 수 있는 여행을 하였다. 난 이러한 건방지지 않고 아이 같은 꾸뻬씨의 접근방법이 마음에 들었고 현명하다 생각했다. 꾸뻬씨는 재밌게 서술되어 묘사되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언제 행복해하는지 지켜본다. 그리고 이것을 배움이라 지칭하며 묵묵히 메모한다. 꾸뻬씨의 이런 겸손한 자세자체는 흐뭇하게 보았지만,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묘사된 이 배움들이 덜 다듬어 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 나름의 분석으로 정리를 하여 꾸뻬씨의 배움을 정성들여 익힘으로써 책을 마무리하기로 결정 하였다.
배움1은 자신을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작년 겨울에 최현석 씨가 저자인 ‘인간의 모든 감정‘이란 책에서 행복에 대한 정의를 봤던 기억이 있다. 퍽 감명 깊게 읽었던 부근이여서 메모를 해놨었다, ‘행복‘에 대한 가장 인기 있는 정의는 ‘주관적 안녕감’이라한다고 서술되어있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안녕(安寧)이란 평안하다는 의미인데,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꾸뻬씨의 배움1과 안녕이란 단어는 이러한 정의를 증명이라도 하듯 아주 잘 어울린다.
배움 2는 행복의 우연성을 말한다. 옥스퍼드 사전에서 정의하는 행복 뜻 중 하나에 LUCKY가 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HAPPY와 LUCKY를 똑같이 쓴다는 말이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미국에선 유쾌한 불청객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움3와 배움6은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던 항목이었다. 나도 평소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행복을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하며 매달릴 때가 종종 있었는데, 꾸뻬씨가 그것을 간파해 버린 것이다. 흔히 인생의 세가지 금을 소금, 황금,그리고 지금이라한다. 우리는 금에 비견될만큼 값진 지금을 충분히 누려야만 한다. 그러기위해선 눈앞에 행복을 보고 마음의 안위를 느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일반적으로 행복을 개인적인 즐거움이나 안락함으로 생각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했을 때의 상태를 의미했다한다. 아주 오래 전 자신의 필요성을 무엇보다 가치있게 두던 시절이 있던 것처럼 우리는 자신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행복과 동일하게 여기기도한다. 현대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더니, 나라나 계층에 관계없이 돈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한다. 이러한 것들은 생각은 꾸뻬씨의 배움4, 배움13을 대변한다. 부유한 사람들이 평균적인 수준의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가난은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이와같은 생각을 고집해 왔었다. 하지만 꾸뻬씨가 만났던 해변의 사람들을 보고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들었다. 한편으론 돈과 자신의 중요성에 도취되어 진짜 중요한 것을 못보고 살아가는 벵상과 같은 사람들이 불쌍해보이기도했다.
'경제학 · 철학 초고'에선 인간의 "정신적 생활이 자연과 연관"되어 있다라고 한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이러한 사실을 간과했던 서양과 달리 동양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더 근본적으로 자연은 즐거운 것이기도 하고 고마운 것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함께 어울리면 생활 속에서 재밋거리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사용했고 공간의 안팎을 둘로 딱 자르는 것을 경계했다.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예로는 한국의 한옥이있고, 문화로는 동양의 풍류문화라고 생각한다. 풍류는 언뜻 단순히 술 먹고 노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연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려는 동양의 자연과의 공생문화의 한 형식이다. 꾸뻬씨의 배움5, 배움18 그리고 배움11은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 사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싶다.
나에게 사람과 관련한 행복을 사진으로 표현하라 한다면,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팔짱을 끼고 활짝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을 것이다. 이처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과 함께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꾸뻬씨의 배움 7과 8은 좋아하는 사람과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과 교감할 때 쾌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함께 느끼고 싶어 한다. 자기에게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느낌이 있어도 그것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을 때는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동의해 주거나, 그 느낌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있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따라서 참된 소통으로 공감의 영역이 넓어지면 그만큼 모두가 행복해지고 본인도 행복하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 즉 나와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니콜러스 크리스테키스 교수는 저서 <행복은 전염된다>에서 어느 한명이 행복하면 친구들도 15%, 친구의 친구는 9.8%. 그 친구는 5.6% 만큼 행복해 진다 말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꾸뻬씨의 배움 9와 배움 17을 증명할 수 있다. 나의 가족에게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다면 불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아를 잊을 정도의 몰입 상태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을 ‘flow’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함으로써 얻는 행복은 여기에 해당되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조사된 OECD국가의 행복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36개국 중 27위를 하였다 한다. 경쟁적인 분위기와 꽉 짜인 생활 속에서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자기가 진정 원하고, 할 만한 능력이 있고, 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노력해 성취하면서 몰입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얻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인권유린과 독재자로 대표되는 나라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북쪽에 위치한 한국과 한나라이면서 한나라가 아니 나라를 말할 것이다. 이 나라의 주민들의 삶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가 이 나라의 주민들의 인권구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행복은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한 통치로 인해 말살되기도 한다. 꾸뻬씨는 배움 12에서 이러한 점을 시사한다. 씁쓸하지만 아직은 이를 해결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이다.
JTBC의 인기 프로그램 ‘마녀 사냥’이란 프로의 고정 출연 중인 ‘코스모 폴리탄’의 에디터 곽정은씨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준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꾸민 나 자신에서 더나가 나 그대로를 사랑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것이 더 있을까 싶다.
며칠 전 길을 걷다 사고가 날 뻔 한 적이 있었다. 오토바이 하나가 내 바로 앞 30cm앞을 순식간에 지나간 것이다. 지금도 그순간을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고 소름이 끼친다. 이처럼 가끔 예상치 못한 좋거나 좋지 못한 사건 사고로 인해 사람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이 때 마다 삶에 감사하게 되고 믿지도 않던 신을 찾게 된다. 그리고 절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 동안 매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꾸뻬씨의 배움 15와 배움 16은 이러한 순간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본 적으로 남보단 자신에 더 관심이 많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에 대단히 신경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말에 공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남에 말에 하나하나 신경 쓰다보면 자신을 잃기 쉬워진다. 남에 말에 흔들리며 그 말을 따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그러한 말 중엔 아주 쓰잘데기 없는 말도 많기에 분별력 있게 선택적으로 골라 들어야만 한다. 꾸뻬씨 또한 이러한 점을 아주 잘 알고 배움 19에 이러한 점을 써 놓았다.
Hofstede et al이 2010에 말한 내용을 보면 상대적인 비교는 행복을 좌우한다고 한다. 실제로 경제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낮으며 구속-방종 차원에서 '방종'에 가까운 문화 특성을 보이는 나라들(예 : 필리핀)이 경제수준은 비교적 높으면서도 '구속'적인 문화 특성을 보이는 나라들(예 : 한국)보다 더 높은 행복감을 보인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아무런 부담과 비교 없이 추구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우리는 꾸뻬씨의 배움 20과 배움 21처럼 행복이 좌우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남녀 간 차이도 일정부분 뇌와 호르몬의 차이에 기인한다. 특히 정서적 반응에서 남성과 여성이 차이를 보이는 원인을 뇌의 구조에서 찾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 뇌 안에 좌뇌와 우뇌를 연결시키는 '뇌량'이란 부위가 있는데, 여성은 공 모양으로 크며 남성은 관 모양으로 덜 부풀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활발한 여성은 분석적, 언어적 활동을 할 때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반면, 남성은 주로 좌뇌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좀 더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 말을 즉 여성이 좀 더 공감에 강하다는 말로 통한다. 꾸뻬씨는 이러한 점을 배움 22에 적었다.
요즘 20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혼자 가는 여행’이다. 그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반하는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중요시 되어가고 있다. 꾸뻬씨는 마지막 배움에서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울 시간을 바라볼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꾸뻬씨가 말하는 이 행복은 슬로우 라이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때때로 쉬어야만 하고 꾸뻬씨의 말처럼 이러한 영혼의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생각한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참 쉽게 읽히는 책 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책이 정말 겸손하고 모두를 위한 책이라 생각한다. 꾸뻬씨의 배움을 하나하나 음미해 보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고 재밌었다. 이번 년도에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된다 한다. 그때 다시 한번 꾸뻬씨를 만나 이 배움 들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