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3 11:39
이 책은 한국화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해주는 ‘안경’ 같은 책입니다. 처음에 한국화를 보는 방법부터 설명해주었습니다. 요즘의 우리는 서양식으로 글과 그림을 보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방향으로 보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원래 우리 조상님들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보는 ↙방향으로 글과 그림들을 보았기 때문에, 한국화 역시 ↙방향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 한국화를 전시한 미술관에서 전시실에 들어가면 어디서나 들어서자마자 '동선을 좌로 꺾으시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부터 이렇게 좌로 꺾어 가면 그림을 전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거슬러가며 보라는 얘기가 됩니다. 서양식으로 옛 그림을 전부 거꾸로 보게 되는 것이니 잘못된겁니다.
그리고 그림의 크기가 모두 다른데, 같은 거리에서 떨어져서 보는 것은 가장 바보같은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그림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쓱 보는데, 그림이 크기가 제각각인데 그렇게 보는 것은 바르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그림은 가까이에서, 큰 그림은 멀리서 보는 것이 바르게 보는 방법입니다.
한국화에서는 선과 여백이 중요하다고 어렸을 때부터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지는 잘 몰랐습니다. 채색화보다 수묵화가 많으니 선이 바로 그림이므로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여백이 왜 그렇게 뛰어난 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선’ 이라는 것에 따라오는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백이 얼마나 계획적이고 구체적으로 의도된 것인지, 왜 중요한 것인지를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그나마 알고 있는 대표적인 그림들로 설명해주어서 더 잘 알 수 있고, 흥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김홍도의 '씨름' 이 왜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알기쉽게 설명이 되어있고 그것이 보급형 그림일거라는 추측이 왜 나오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송하맹호도'의 그림이 감명깊었습니다. 그 큰 붓으로 그렇게 미세한 호랑이의 털 한 올 한 올 표현해내고 우리나라 호랑이의 그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잘 담아낸 그 그림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이 그림 속에도 여백의 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그림을 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친숙하지 않은 한국화와 좀 더 가까워진 기분으로, 한국화를 즐길 수 있게 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