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4 19:02
방관자 - 제임스 프렐러 를 읽고
1421023 유아교육학과 오주연
진 중권은 그의 저서 ‘ 폭력과 상스러움 ’에서 부조리한 실존들이 괴상한 집단주의 속에서만 구원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필사적으로 자기를 집단과 동일시하려 하며, 이에 실패하는 자는 공동체의 성스러움을 지키기 위한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 속에서는 희생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별자들은 집단 속에서 또 다시 하나의 모난 놈을 찾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희생양이 선택되면, 적어도 그가 존재하는 동안의 개별자들은 다시 안심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진중권이 말하는 전체 빼기 하나의 화해의 평화, 즉 보편적 카오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이너스 1의 제의이다.
물론 작은 사회나 다름없는 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법칙은 존재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만인을 적으로서 판단하는 경쟁궤도 속에서 자라왔다. ‘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와 같은 문구를 프린트해서 책상 머리맡에 붙여놓는 세상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러한 양육강식,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쌓인 스트레스는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독서나 산책 같은, 듣기만 해도 싱그럽기 그지없는 여가라던가. 아니면 요즈음 학교폭력과 같은 부정적 사건이라던가.
그러나 앞서 말했듯 사람은 똑똑하기 때문에 서로 하나의 희생양에게로 폭력성을 집중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한다. 무작정 다중의 사람들에게 폭력성을 내보이고 다니다간 사회 속에서 어떤 손가락질을 받을 지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동조법칙과 한 명의 약자의 희생으로 교실은 표면적으로는 질서를 되찾고 평화를 갖는다.
책의 주인공인 에릭은 이러한 동조자와 희생양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되는 주인공이다. 새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만난 그리핀이 대외적으로는 상냥하고 착한 아이를 연기하지만 사실은 약한 친구를 따돌리는 것을 즐겨하는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핀이 에릭에게 패거리에 합류할 것을 권유하자 에릭의 갈등은 더욱 커져 간다. 물론 친구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행위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안에 승낙하지 않는다면 다음 따돌림의 상대가 자신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쩌면 많은 아이들이 이와 같은 동조자의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에릭과 같은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체 사회에서 돌출된 행위를 한다는 것은 모난 정이 돌 맞는다는 기성세대의 말과 같이 그만큼의 위험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복에 대한 불안감은 에릭의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그리핀이 에릭의 물건이나 동생의 돈을 훔치는 것과 같은 악질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에릭의 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면서 반에서 입지가 있는 친구와 사귀는 것도 좋지만, 그의 행위가 크게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에릭은 동조자 ·방관자로서의 행위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나쁜 침묵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로 인해 에릭은 그토록 겁내던 따돌림의 대상이 되지만, 마음만큼은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침묵을 깨고 나온 세상은 훨씬 괜찮았으며, 더 이상 패거리의 명분이 아닌 꽤 괜찮은 인연으로 엮인 친구들을 만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손을 뻗을 용기도 생기었다. 제일 좋은 것은 친구라는 굴레에 씌인 방관자라는 역할을 탈출한 것일 것이다.
나는 방관자의 행위가 무조건 부도덕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희생양이 내가 아님을 안심하며,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을 본능일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무작정 잘못된 체제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에릭과 같은 후련하고 기분 좋은 결말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생각하는 방관자 효과가 낳을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자신이 당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변화를 원하지 않는 마음은 언제까지고 이 잘못된 체제를 유지시키며 계속하여 무자비해지는 방관자들과 무고한 희생양을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