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무채색 백지에 대한 이야기 -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1111003 한의학과 공인성

 

우리네 인생을 백지에 표현하기도 한다. 그 백지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삶이고 각자 자신의 색깔로 현란하게 그 백지를 채우고 싶어 한다. 책 속의 주인공 또한 삶을 캔버스에 비유한다. 하지만 그 캔버스는 회색빛이자 허상이며, 그것을 채워나가는 행위는 아등바등한 우리의 몸부림일 뿐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도 나름의 색깔을 어떻게든 칠해보려 하며 남들과 다른 듯 똑같게 살아간다. 굳이 더 다른 것이 있다면 회색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정도... 이런 이중적인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건은 주인공의 일탈행위로 인해 시작된다. 교사가 직업인 주인공은 유일한 취미이자 지루한 삶에서의 발버둥인 곤충채집을 떠난다. 새로운 종을 찾으러 사막으로 갔고, 거기에 있는 이상한 사막마을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함정에 빠져 쉬지 않고 모래가 떨어지는 꽤 큰 모래 구멍 속에 갇히게 되었고, 자기보다 먼저 그 구멍에 갇혀 있던 한 여자와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떨어지는 모래는 매일매일 파내며 지낸다. 하지만 남자는 동시에 구조를 기다려보기도, 탈출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 생활을 지속하게 되었다. 그렇게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구멍 속에서 그 여자와 살아가게 된다. 항상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서도 그는 지독히 거부하던 구멍속 생활에서 점점 의미를 찾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구멍에서 나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생겼지만 남자는 탈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로써 남자는 회색빛 일상의 메마른 도시가 아닌 모래구멍에서의 삶을 선택하며 진정한 주체가 된다.

주인공이 도시의 삶에서 느낀 냉소적이며 회의적인 태도와 구멍의 삶에서 가지게 된 주체로서의 태도는 굉장히 상반된다. 도시의 삶에서, 어떠한 수동적인 이유와 압력에 의해 가지게 된 교사라는 직업, 그리고 염증을 느끼는 그 직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의 시선과 분위기.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살고픈 마음에 갖게 된 곤충채집이라는 취미조차도 주인공을 삶의 냉소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래 구멍에서 주인공은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 되는 변화를 겪는다. 이것은 어떤 순종이나 자기합리화나 포기, 혹은 패배의식에서 유발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승리이며 자기혁명이다. 패배적인 도시의 생활에서, 승리하는 모래의 생활로 바뀌게 된 이유는 바로 주인공이 비로소 발견해낸 삶의 의미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작 모래구멍 속에서 발견해낸 삶의 의미라는 것이 어마무마하게 위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고작 한 누추한 여자와의 생활이었고 모래에서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기껏해야 자기를 위기에 빠뜨린 사막마을 사람들이나 신기해하고 좋아할 만한 기술을 발견한 것.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로 인해 그는 스스로의 백지를 미소를 띤 체 색칠해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었다. 우리도 모두들 별 다를 거 없는 일상이라는 백지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든 채우고야 만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 캔버스를 색칠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과연 우리가 그리고 있는 모습은 남들이 부추긴 모습은 아닐까. 색칠하고 있는 색깔은 단지 유행하고 있는 흔해 빠진 색깔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를 능동적 주체로 만들어주는 삶의 의미라는 것은 어떻게 발견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우리도 모래구멍과 같은 극한의 상황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책의 주인공은 모래구멍속에 갇혀있기에 삶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단지 삶에, 또는 상황에 저항도 해보고 순종도 해보고 함께 살아나가기도 해보고 사색도 해보고 발견도 해보았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책 속에 나타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도시의 삶에서 그가 그렇게 살아갔다면 당연히 그는 주체로 거듭났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주체인가. 내가 느끼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자신이 가장 웃을 수 있는 모습으로, 가장 나다운 모습의 백지를 그려나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사회의 시선과 제한된 시간이라는 초조함에서 벗어나서 나의 삶을 디자인해보려 한다. 처음엔 조금 삐뚤빼뚤할 수도 있고 뭘 그릴까 멍하니 종이만 처다 보고 있는 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염두 해두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종이 한 장, 적어도 내 성에는 차게 실컷 칠해보는 것도 꽤나 흥겹고 신나는 일이리라. 그리고 이것은 비단 나만의 그림이 아니라,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한 여인과 주변 사람들과 같이 그리는 그림이 되길 소망한다. 이러한 내적 에너지야 말로 허무주의와 무기력증이 팽배한 요즘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희망의 사투이며, 생명의 최전선, 삶의 보루, 최선의 정신승리가 아닐까. 그러므로 외친다. 우리네 존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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