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거듭나게 해준, '겨울계절학교' 1달의 시간> 



 올 겨울방학, 정현주 교수님의 권유로 참여했던 '2014겨울계절학교' 에 1달동안 부담임교사 자격으로 7명의 우리반 학생들과 부대끼며 수업을 했었던, 그 시간들이 나의 인생과 진로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과 동기부여를 하게 하였고, 지금껏 살면서 해왔던 그 어떤 봉사보다도 보람을 느끼고 마음의 정을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하고 뜻깊었던 시간들이였다.

 '계절학교'란 광주장애부모연대에서 주최하고, 광주지역에 있는 장애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애우들이 방학동안에는 수업을 받지 않고, 가정에서도 부모님들이 여러 이유로 돌보기 힘드셔서 '언어치료학과, 특수교육학과' 등의 광주`전남권 전문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을 봉사자로 모집하여, 방학동안 선광학교, 선우학교, 은혜학교, 선명학교 등의 장애학교에 배정되,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의 학생들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담임교사,부담임교사가 7~8명의 반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교수님이 나중에 취업을 할 때 도움이 되고, 치료실에서 볼 수 없는 많은 장애아동들의 케이스를 실관찰 할 수 있다고 하셔서 스펙쌓기를 주된 목적으로, 걱정반 기대반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사실 계절학교 합격통보를 받고, 선광학교에 배정되어 첫 OT를 들었을때는 '아차!'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장애우들은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같은 경한 수준이었는데, 계절학교에는 뇌병변, 자폐, 지적장애,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등 너무나도 다양하고 중증의 아동들도 많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막막함에 걱정이 앞섰다.

 중3때 친구들과 장애인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고등학생인 장애우에게 크게 할큄을 당해 피를 보고 난 후, 편견도 많이 생겼었고 두려움에 트라우마도 생겼었기 때문이었고, 평소 비위가 약해 남들 구역질 하는 것만 봐도 내가 더 구역질 하는 편인데, 계절학교를 하게 되면 필요에 따라 똥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고, 아동이 뱉는 것도 손으로 다 받아줘야 한다는 말이 너무나도 걱정되고 이걸 신청한게 솔직히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고, 그냥 친구와 함께 도전해보자 생각하여, 여수에 사는 나는, 겨울방학동안 기숙사 잔류도 신청해가며 8시 출근에 맞추기 위해, 나주에서 매일같이 6시50분 새벽버스를 타고 광주 신가동에 있는 선광학교에 초등고학년부(12~14세) 2반 부담임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첫 수업날, 선생님들과 돌아가며 스쿨버스 지도를 하는데, 첫주부터 2주간 스쿨버스를 담당하게 되어 우리반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에 1호차를 타는 아이들부터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덩치가 큰 아이,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어머니,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버스를 기다리며 어눌한 말투지만 해맑은 얼굴로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라고 인사를 건내는 이 아이들을 보며 막막함과 걱정은 사라지고 너무나도 하나같이 귀엽고 예쁘고, 왜 편견을 가졌을까 싶을정도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기사님이 이 아이는 폭력적이라고 조심하라고 경고하셨던, 자폐를 앓고 있는 남자아이가 같이 스쿨지도를 한 다른 선생님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 '아.. 역시 쉽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쿨지도를 마치고 우리반 첫수업을 하게 된 날, 광주여대 특수교육학과 3학년인 담임선생님 소영쌤과 미리 만나서 수업준비도 해가고 계획도 세워놓고 반 아이들 보호자들께 연락하여, 아동들의 신상, 주의사항, 복용약물, 취미등의 정보도 수집해놔서 '이정도면 완벽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두번의 계절학교 경험이 있던 소영쌤이 "주영쌤 생각하는것만큼 쉽지는 않을꺼에요. 한번 봐봐요 우린 힘내구요." 라고 말하는 것이 와닿지 않았는데, 딱 아이들을 처음 보는 순간 통제도 안되고 중구난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실감이 났다.

 우리반은 지적장애와 학습장애를 앓고 있는 주희, 지희, 자영이,재민이, 자폐를 앓고 있는 동우, 민권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우성이 이렇게 7명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재민이와 주희를 빼고는 모두 착석이 되지 않고 지희는 "엄마 보고싶어요. 끼끼 틀어줘" 라고 울고 있고, 민권이는 손만 놓으면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고, 우성이는 책상 엎고 다니고 바지에 첫날부터 소변을 보고,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마냥 막막하고 울고 싶었다.

 처음엔 아이들도 낯을 가리며 손대는 것도 싫어 하고, 마냥 부모님만 찾고 울고 했었는데, 점점 하루 이틀 매일 손을 잡고 스쿨버스에서 반까지 데려오고, 수업시간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교구들을 준비해서 같이 수업하다보니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옆에 붙기도 하고 먼저 말도 걸며 가까워졌다.

 하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건 '민권이'란 자폐1급의 아이였는데, 나는 왠지 첫날부터 이 아이에게 가장 정이 많이 갔던 것 같다. 소리만 지를 뿐, 제대로 된 발화는 못하고 눈맞춤도 되지 않고 문만 열리면 밖으로 뛰쳐나가던 이 아이는 부모님도 집에서 통제가 안되서 거의 방치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전 계절학교때도 선생님들 속 썩이는 걸로 유명해서 다들 꺼려하시던 아이라고 하였는데, 내 눈에는 그냥 너무나도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평소에는 쓰다듬어 주고 뽀뽀까지 해주다가도, 자기 맘에 안들면 무조건 때리는 걸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고 밖에 못나가게 막으면 주먹부터 나가서 많은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셨다고 했다.

 물론 나도 이 아이에게 온몸에 멍이 들도록 너무나도 많이 맞았다. 이런 아동을 상대하는게 처음이라서 나는 아이가 울면 어쩔 줄 몰라하였고 나가고 싶어하면 같이 뛰어나가서 마냥 그네 타는것을 지켜보다가, 들어가고 싶어하면 같이 들어가고 그냥 원하는데로 해줄 뿐이고 때리면 그냥 맞았다. 설득을 한다고 이해하고, 억지로 데려간다고 가는 아이가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그냥 그 아이를 사랑해주고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부모연대 센터장님이 오셔서 수업 순회를 하셨을 때,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아동이 원하는데로 하는게 다가 아니라고 미래를 위해서는 기싸움도 필요하고 아이의 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똑같이 맞고만 있지말고 약간의 매도 필요하다고, 선생님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졌다.

 그래서 그 날, 민권이와 기싸움을 위해 아이를 앉혀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손발을 잡자, 아이는 발버둥치고 울고 불고 소리지르고 손을 놓치면 마구잡이로 때렸다. 센터장님이 똑같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라고 하셔서 그냥 눈 딱감고 아이의 손바닥을 내 손으로 때렸다. 아이는 더욱 크게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내가 쓰고 있던 안경도 던져가며 발악을 하였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속도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랜싸움을 3시간정도 하자 아이는 울다 지쳐 힘이 풀려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자, 너무 미안한 맘이 크고 내 몸이 멍든것 보다 아이의 손이 빨개진게 너무 미안하고 맘이 아팠다.

 그래서 민권이를 꼭 안아주며, "선생님이 너무 미안해. 너가 선생님 말들을 잘 들어야지, 다른 선생님들도 다들 너를 이뻐할꺼아니야. 미안해 민권아" 하며 울고 말았다. 그러자 민권이가 자기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내 이마에 뽀뽀를 하였다. 그렇게 자기의 손발을 잡아놓고 손바닥을 때리던 나였는데 말이다. 참 그 아이의 순진함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 날 이후에도 민권이는 많은 문제행동을 보이긴 했지만, 그냥 나는 그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주기로 마음먹고 그 이후에는 매를 들지 않았고, 민권이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순해지고 착석도 조금씩은 되는 것 같았다.

 또 우성이란 아이도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앞서 말했듯 비위가 많이 약한 나였는데, 우성이는 혼자 식사가 불가능해 꼭 누군가가 먹여주어야 하고 사람들을 보면 침을 '푸' 하고 뱉는다. 첫날에 급식으로 미역국이 나왔는데, 우리의 우성이는 그 미역국을 내 얼굴에 '푸'하고 내뱉었다. 평소같으면 바로 악지르고 화장실로 뛰쳐나갔을 나였지만, 왠지 우리반 아이라고 하니 내새끼 같은 맘이 첫날부터 들었고, 내가 묻은것보다 우성이 옷에 묻은 미역국부터 닦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신기했다. 양치도 내가 해줬어야 했는데, 양칫물을 내 얼굴에 뱉는건 일상이었으나, 매일매일 "양칫물은 세면대에 뱉는거야. 이렇게 푸!" 하고 가르쳐주니 점차 세면대에 양칫물을 뱉고 계절학교 막바지 쯤에는 스스로 양치하는 시늉까지 하며 많은 변화를 보였다. 너무 뿌듯한 순간이였다.

 우리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체험학습, 급식당번, 스쿨버스지도를 하면서 다른반 아이들과도 많이 교류하고 친해지게 되면서 장애아동들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들 하나같이 귀여운면이 모두 있어 그냥 아기들 같았다.

계절학교를 하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장애우들을 보고 피하기 급급하던 나였을텐데 말이다. 한번은, 아이들과 야외활동으로 영화를 보고 롯데리아에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거기에 있던 손님이 "무슨 장애인들을 이렇게 데리고 와. 아 싫고 더러우니까 데리고 나가요!" 라고 하는 것이였다. 그말에 너무 화가나서 "우리 애기들이 아줌마한테 무슨 피해줬어요? 소리를 질렀어요? 똑같이 돈주고 사먹고 얌전히 먹고 있는데 이게 무슨 경우에요?" 라며 담임선생님과 함께 싸운적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현실에서는 많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였다.

지난 날 나의 편견과 모습에도 많은 후회와 반성이 되는 계기였던 것 같다.

 그렇게 1달 조금 넘는 시간을 주말을 빼고 매일같이 만나고 같이 부대껴 지내다 보니, 정도 너무 많이 들었고 처음에는 언제 계절학교가 끝나나 싶었는데, 막바지 쯤에는 졸업식 날짜가 안왔으면 싶었다.

 하지만 오지 말았으면 하는 날이 왔고, 어느정도 인지수준이 있던 주희와, 재민이는 더했으면 좋겠다고 가지말라고 울기도 했고, 헤어짐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민권이나 동우, 우성이는 졸업선물로 준비한 장난감만 마냥 가지고 놀 뿐이었지만 그래도 포옹도 해주고 담당 선생님이였던, 소영쌤과 나한테만 인사해주고 그런 모습에 난 더욱 더 아쉬웠다.

 또 다른반 아이였지만 친해진 다솔이는, 내 모습이라며 그린 그림과 직접 접은 개구리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렇게 졸업식을 하고 1달여의 나의 첫 계절학교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 시간동안 너무 배운게 많았고, 장애우에 대한 편견도 아예 사라졌고, 우리 아이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능력있고 훌륭한 언어치료사가 되어,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향상시켜, 음지에서 양지로 아이들이 더욱 더 일반인들과 차별없이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아직도 종종 아이들에게 문자나 전화가 오곤 하는데, 여름 계절학교도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치료실습 때문에 못해서 아쉬웠는데,  '안주영쌤 이번에는 계절학교 안해요? 보고싶어요.' 라며, 많이 부족했던 나를 '선생님' 이라고 불러주며 잘 따라와준 이 아이들에게 나는 너무나도 값진 것을 받았고, 살면서 평생 잊지 못할 순수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어, 나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계절학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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